먹부림

[성남 중원구] "모란시장 5일장" 먹을 게 가득가득! 모란시장 탐방

유프(Eup) 2023. 1. 15. 19:30

 

어제는 동생과 동생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.

만나는 날이 장날이라(?) 모란시장에서 만나서 구경하고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길래,

두근두근 하며 사진기를 챙겨 나갔다.

전에 둘이서 모란시장에서 칼국수와 소허파간볶음을 엄청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

사람이 여럿이면 더 많이 맛있게 먹을 수 있잖아!! 😋

 

모란시장 여는 날과 시간

모란시장, 혹은 모란민속5일장은 매달 4, 9로 끝나는 날에 문을 연다. 한 달에 5~6회 정도 열리는 셈.

네이버 기준 영업시간이 9시~19시라고 되어 있지만, 실제로는 일찍 문을 닫는 점포들이 꽤 있다.

그래서 저녁 전까지 시장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!

 

 

모란민속장

경기 성남시 중원구 둔촌대로 68 (성남동 4787)

place.map.kakao.com

 

나는 주말에만 시장에 가 보았는데, 덕분에 항상 사람들이 넘쳐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ㅎㅎ

게다가 이 날은 비까지 애매하게 내려서, 우산을 쓴 사람들이 이리저리 뒤엉켰다.

어쨌든 친구들과 합류해서 인파와 부슬비를 헤치고 모란민속5일장에 도착.

 

 

입구쪽엔 국화빵, 어묵, 번데기, 꽈배기 등 간단한 음식을 파는 좌판들이 많다!

이날도 국화빵을 보고 먹을까 말까 아주 짧은 고민을 하다가, 2천원에 8개를 사서 넷이서 나눠먹었다.

조금 이따 안쪽 좌판에서 점심을 먹을테니, '애피타이저'로 하자면서. 😉

 

특유의 무른 쫄깃함과, 밀가루와 기름냄새- 너무 좋다!

팥이 좀 적어서 조금 아쉽긴 했다.

 

 

전에는 못 봤던 강정 가게.

김이 훅훅 올라오는 쌀튀밥을 판 위에 펼쳐놓고 있었다!

갓 한 강정은 얼마나 맛있을까...!

 

 

토끼해라 그런지 유독 토끼 양말이 많이 보였던 양말 좌판. 

그 안쪽에서 난로 위에 컵라면을 얹어 늦은 점심을 드시던 주인 아저씨.

양말이라도 기념으로 하나씩 사 줄 걸 그랬나보다.

 

 

'사랑용품'이 뭘까...? 했는데

알고보니 속옷과 내복이었다는 사실! 🤣

 

 

이날도 과일과 채소를 파는 좌판들이 많았다.

채소 판매 단위가 2인 가구에겐 좀 큰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, 잘 보면 하나씩 파는 곳도 있어서 한 번 사 봄직하다.

시장의 분위기에 휩쓸려 안 먹어본 새로운 채소들도 사게 될 거 같다.

 

 

비가 애매하게 계속 추적추적 내려서 우산을 둘둘씩 나누어 썼다.

밑창이 망가진 운동화 덕에 내 엄지와 검지 발가락은 슬슬 시려오기 시작하고...

비가 와서 구경이 원활하지 않았기도 하고, 살만한 것보다는 다양하게 이런 것들을 팔더라- 하는 것들이 많아서

적당히 구경한 뒤 먹거리 장터 쪽으로 들어가기로 했다.

 

모란시장 먹거리 장터

모란5일장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이 먹거리가 아닐까 싶다.

두런두런 앉아서 김이 확 올라오는 뜨끈한 요리를 저렴하게 나눠먹을 수 있는, 전통시장만의 즐거움이 있다.

 

 

이쪽은 위쪽으로 모두 비닐 천막을 쳐 두어서 우산 없이도 자유롭게 거닐 수 있었다.

물론 천막의 경계로 물이 똑똑 떨어지고 있어서 앞과 위를 잘 보고 다녀야 했지만.

 

예전에 동생이랑 둘이 즉흥적으로 왔다가 팥칼국수와 소내장볶음을 너무 잘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,

오늘도 잔뜩 기대에 부풀어 돌아다녔다. 이런 기대 때문에 친구들을 데리고 시장에 온 거니까! 

주로 팥칼국수와 칼국수, 만둣국, 잔치국수 같은 면류에 돼지국밥, 소허파, 돼지껍데기, 닭발 같은 고기류,

오징어순대, 꼬막, 가오리 등 해산물을 함께 파는 집들이 많았다.

 

 

가오리찜, 오징어순대... 꼭 다음에 먹고 만다!

 

 

여느 집이나 분위기는 다 비슷하다.

직접 밀어서 썬 칼국수면을 내놓고, 순대볶음과 껍데기는 뜨거운 물에 중탕하여 계속 데워진다.

한쪽으로는 통닭을 튀겨 파는 집도 있었다.

 

 

잠깐 포장해서 갈까 고민했었던 파전집. 안쪽에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.

커-다란 불판 위에 커-다란 파전을 척 척 뒤집는 광경이 너무 좋았다.

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이란....!

 

잠시 이 구역을 쭉 돌다가 한 곳을 잡아서 앉았다.

넷이서 쪼로록 긴 의자에 앉아서 메뉴를 이걸 시킬까 저걸 시킬까 고민하다가,

일단 간단하게 세 개만 시키기로 하고 소허파볶음, 잔치국수, 칼만둣국을 시켰다.

사실 세 개밖에 안 시켜서 아쉬웠는데, 역시 양을 이따만큼 주셔서 아쉬움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ㅋㅋㅋ

 

 

센스있는 사장님이 소허파볶음에 돼지껍데기도 같이 안 하겠냐고 하셔서, 소허파 조금에 껍데기 조금으로 받아 먹었다.

허파를 잘 못 먹는 친구도 있었고, 돼지껍데기가 정말 쫀득해서 대만족!

잔치국수는 심플했지만 양이 꽤 많아서 든든하게 탄수화물을 채울 수 있었다.

칼만둣국이야 뭐... 직접 만든 칼국수와 만두면 말 다 했다.

 

소허파볶음은 계속 먹다 보면 약간 느끼함이 받칠 수 있는데, 김치와 청양고추를 주시니까 같이 곁들여 먹으면 된다.

면류로 주기적으로 탄수화물을 공급하면서 입을 헹구어내다보면

어느새 부른 배와 빈 그릇들을 마주할 수 있다...!

 

 

주문을 기다리다가 찍은 사진.

후... 매대에 올라와 있는 것들, 다 조금씩 주세요 해서 한 입씩 먹어보고 싶다...!

이 동네 살 날은 아직 남았으니까 주기적으로 와서 도장깨기라도 할까?

 

넷이서 18000원이라는 경이로운 가격을 지불하고, 간식거리를 사서 돌아가기 위해 일어났다.

 

 

가다가 발견한 새 파는 집.

갖가지 앵무류와 카나리아, 문조, 금계까지 다양한 새들을 팔고 있다.

마침 손님이 파란 사랑앵무(잉꼬)를 데려가시는 것 같아서 스을쩍 보고 왔다.

구경하기는 좋은 데 사실 새집들이 다 너무 좁아서 안쓰럽긴 하다 ㅠ

 

앵무새를 참 키우고 싶긴 한데, 어릴 때 사랑앵무들을 너무 멋모르고 키운 게 미안하기도 하고,

예민한 생명을 하나 데려와서 직장인 신분으로 키운다는 것도 또 미안한 일일 거 같아서

앵무새 다시 키우기는 한동안 꿈으로 남아있을 것 같다.

 

 

간식 후보 1순위인 꽈배기를 찾으러 가던 중에 발견한 떡집.

흰콩고물 인절미를 숭덩숭덩 썰어내는 아주머니 손이 너무 맛깔스러워서 한 봉지 담아 왔다.

제일 작은 봉지 3천원, 중간 사이즈 팩 5-6천원, 제일 큰 팩 만원 정도 했던 듯하다.

 

어제 산 떡을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꺼내서 아침에 먹었는데, 달지도 않고 콩고물도 촉촉 부드러운 게 너무 좋았다!

부담스럽지 않게 아침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떡이라니 나에게 있어 최고의 찬사다 ㅋㅋㅋ

다음에 시장 가면 또 사 와야지.

 

 

색깔을 뽐내고 있는 갖가지 고추들.

지금 와서 보니 고추도 종류별로 팔고 있었나보다.

 

 

시장 안쪽엔 국물과 볶음요리 위주로 가게가 주욱 붙어있다면,

바깥쪽에는 비교적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집들이 많다.

사진만 찍고 갔는데 지금 보니 족발집인 듯하다. 족발을 파는 걸 몰랐다니!

 

 

아주 잘생긴 보리굴비들도 판다.

통통한 배와 정성스럽게 엮인 매듭들.

 

 

신선육과 생선도 판매하고 있다.

별의별 무늬와 빛깔의 생선, 개구리(!!), 꿩, 염소까지... 정말정말 많은 종류의 단백질 공급원들이 있더라.

 

 

사탕을 한 바가지씩 팔고 있는 모양이다.

그 옆의 전동공구집 아저씨와 사탕가게집 아저씨가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.

 

전동공구가 나와서 말인데, 전자기기나 공구쪽으로도 좌판이 꽤나 많다.

청소용품, USB 앨범, 라디오, 안마기기 등등... 어른들이 솔깃해 할만한 구경거리들이 쫘라락 종류별로 다 있는 곳.

 

 

돌고 돌아 드디어 찾던 곳에 도착했다!

예전에 시장 구경 왔을 때, 도너츠 반죽을 엄청난 높이와 양으로 쌓아둔 걸 보고

'여긴 진짜 맛집이다' 하고 꼭 와야지 했었던 곳이다.

이 날도 분명 들어갈 때는 반죽들이 좀 쌓여있었는데 3시가 넘어서 나올 때가 되니까 그 반죽들이 다 없었다.

 

왼쪽 사진의 아저씨가 정말 찐 장사꾼이시다!!

너무너무 즐겁게 도너츠를 튀기시고, 우리집 도너츠가 제일로 맛있다는 말을 쉬지 않고 하신다.

이러니 안 사먹을 수가 있나. 넷이서 쪼로록 줄을 섰다.

그 앞으로도, 뒤로도 사람들이 쪼로록 줄을 선다. 

 

 

2시 경에 찍었던 왼쪽의 반죽들은 3시 이후에 방문했을 땐 보이지 않았다... ㅇㅂㅇ 

이미 누군가의 장바구니에 들어간 뒤겠지!

갓 튀겨진 찹쌀도너츠가 채반에 들어 있었는데 너무나 먹음직스러운 주황빛이었다.

 

 

우리가 살 때는 꽈배기가 다 떨어져서 아쉽게 살 수 없었다 ㅠㅠ

대신 쌀도너츠 팥 든 것과 안 든 것, 생도너츠, 그리고 마지막 한 개 남은 야채사라다빵을 사 왔다.

동생이 팥 없는 찹쌀도너츠 한 개는 내 걸로 따로 챙겨줬다 히히

 

 

시장 구경을 다 끝내고, 늦게 합류한 두 친구와 함께 분식을 좀더 사서 함께 돌아갔다.

도너츠류, 떡볶이, 순대, 식혜!

 

시장에서 산 도너츠들은 아주 감동적인 맛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 딱히 아쉬울 것도 없는 정석의 맛이었다. 

찹쌀도너츠는 엄청 쫀득하고, 생도너츠는 다들 고개 끄덕이며 먹었다. 많이 느끼하지 않고 커피랑 너무 잘 어울리는 맛!

영업 잘 하는 사장님 덕분에 도너츠를 종류별로 사 먹어 보네.

 

모란시장 먹부림은 성공적이었고, 모임도 너무너무 즐거웠다.

사실 시장만 같이 구경하고 먼저 나올 생각이었는데, 오랜만에 새로운 카테고리(?)의 사람들과 모이는 게 너무 즐거워서

뒤에 예약해 둔 호텔 시간도 몇 시간 까 먹어가며 저녁까지 즐겁게 이야기 하고 열심히 먹다가 헤어졌다.

역시 다른 영역의 사람들을 만나 보아야 더 풍성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느는 듯하다.

그리고 사람이 많아서 음식을 다양하게 먹을 수 있어서 더 좋았고 🤣😋

 

다음에 또 봐요 친구들 :)